Thursday, 13 March 2008


술기운이 아침까지 온 몸을 데워
식은 땀에 뒤척이다 느즈막히 눈을 떴다.
커튼을 젖혀 변함없이 뚱하게
소나무 숲을 머리에 이고 있는 언덕을 본다.


생수를 벌컥 벌컥 들이켜 갈증을 삭히고

한참을 멍하게 앉아 있다가
별것 없는 계획들이 적혀 있는 탁상달력을 한번 바라보고
지리산에서 선물 받은 cigar flower,
아침마다 용감하게 작은 꽃대를 내밀고 있는

빨간 꽃을 바라보았다.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을

느껴보고 싶었던 이유(이런 마음이 생기다니!)로
만지작 거리고 있었더니 안겨주신 작은 화분.
흙을 새로 매꾸고 분갈이를 해야하는데 물만 한번 주고 말았다.


허기가 차오는데 도통 발걸음 움직이기 귀찮아 이러고 있다.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
어쩌면 이 공간에 갇혀 있는게 아닐까.
혹은
이 공간에 갇히고 싶은 건 아닐까.


햇빛을 쬐러 굳이 나가지 않더라도
해가 지기 전까지 적당히 빛이 들어오니
종일 방안에 있어도 힘들 이유가 없다.
마냥 이러고 있는게 얼마만인가.
복잡한 인간사에 섞이지 않고
정지된 화면처럼...

so far, so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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